(언양 7) 528
언양 성당 에필로그
소설, 광암 이벽
최근 황보윤 작가가 광암 이벽이라는 소설을 출판 했는데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권유 드린다. 황보윤 작가가 쓴 ‘광암 이벽(바오로딸·1만4,000원)’은 조선시대 한국 천주교회 초기 지도자로 이벽을 높이 보고 광암 이벽에 대한 삶을 탁월한 문장으로 서술한 장편소설이다. 유학의 나라 조선에 천주교의 신앙이 태동하게 되는 과정과 그 당시 조선의 사회상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세상의 이치를 탐구하고, 사회의 아픔을 치료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이벽이 천주교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서평을 쓴 이영춘(요한) 신부는 “파초와 같은 이벽의 삶과 열정, 그리고 신앙심을 동료들과의 대화로 지평을 열어가며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고 평했고 김탁환 작가는 “정직하고 맑은 소설이다. 선교사가 국경을 넘어오기 전 이 곡진한 믿음은 어디서부터 싹이 났을까”라고 평했다. 황보윤 작가는 부여 생으로 이번 소설을 기점으로 천주교 박해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한국 천주교회의 수난사이자 박해의 기록이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탁월한 문체로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재탄생하기를 응원하고 싶다.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는 수난, 박해시대의 이야기이지만 천주교회 입장에서는 무척 중요한 역사이고 우리 한국사 측면에서도 무척 소중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낸 소설은 흥미를 돋우고 아픈 역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는 점에서 소설가의 역할이 돋보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황보윤 작가로 인해 천주교회의 곡진한 수난사와 박해의 기록이 재탄생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대하고 싶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비롯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사건 사고에 대한 내용 또한 누가될지는 모르지만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소설가들의 힘을 빌어 재탄생한다면 무척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로 풀어낸 대한민국의 역사가 전 국민들에게 읽혀지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
한국 천주교회 200년 사(史)
한국 천주교회 200년의 역사는 크게 두 시기로 구분 된다고 한다. 전반 1세기는 이 땅에 교회의 토대를 굳히기 위해 온갖 시련을 겪어야 했던 박해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고 후반 1세기는 자유로운 신앙 활동이 보장되어 교회의 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루어졌던 자유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과 더불어 시작된 무수한 박해는 "고대 로마제국의 그리스도 교인들이 극심한 박해를 받았다 하더라도 19세기의 한국 천주교신자들이 겪었던 만큼의 시련과 형극을 겪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어느 역사가의 말처럼, 개인의 생명은 물론 가족의 모든 것을 바쳐야 하는 대단히 참혹한 것이었다.
거듭되는 박해로 강산이 극형과 학살의 피로 물들어 갔어도 그와는 반대로 한국 천주교회는 기적적인 발전을 보였다. 이 기적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한 것 중의 하나가 박해를 피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신앙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했던 신앙 공동체의 형성이었다. 일반적으로 '교우촌'(敎友村)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가족이나 친족을 중심으로 한 혈연 공동체, 또는 마을을 중심으로 한 지연 공동체와는 달리 신앙을 중심으로 뭉친 새로운 형태의 신앙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선조들은 신앙을 키우고 실천하면서 선교사들을 받아들이고 모진 박해에도 굴하지 않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어려운 시절 그것을 감내하도록 한 용기와 곡진한 믿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싶다. 지금까지 간단하게나마 한국 천주 교회사 중 일부를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우리가 지금 이 만큼 잘 살고 있는 것도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신으로 기업을 일구었던 기업가와 국가 통치자의 헌신 그리고 국민들의 노고와 땀이 큰 역할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천주교회 또한 엄청난 박해 속에서도 가족과 사회 그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 하고자 했던 지도자들의 생각이 단초가 되어 오늘날의 천주교회가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엄청난 성공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호된 시련과 노고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진리가 다시금 새롭게 다가 왔다. 하늘이 개인이나 사회 그리고 국가에게 큰 영광을 주기 전 그에 상응하는 시련과 고통을 준다는 진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나약하기도 한 인간은 그것을 회피하려고 하는 마음 또한 강렬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도전하지 않는 사회는 뿌리가 흔들릴 수 있고 남들이 가지 않은 어려운 길속에 번영이 숨어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새기고 개인이던 기업이든 다시 한 번 성장과 도약을 위해 도전을 거부해서는 안 될 듯싶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선조들의 도전과 희생 그리고 피와 땀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다짐 해본다.
언양 성당에 우연히 와서 한국천주교회의 태동과 수난사에 대해서 알게 된 우연에 감사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오래된 근대유산에 가까운 성당과 교회 건축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될 듯싶다. 과거 역사의 바탕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점을 새기며 살 수 있는 것 또한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동인(動因)이 될 것 같다. 여행은 순간순간 나의 못난 점과 아픈 곳을 찌르지만 치유해주기도 한다는 유익함으로 인해 오늘도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
(2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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