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 529
간절곶 1
울산 간절곶은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내게는 간절곶의 지형을 처음 본 순간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 왔다. 동해안 해안가에 이런 엄청 넓은 개활지가 조성되어 있는 것이 놀라웠다. 주차 시설이 조금 불편 한 것을 제외하고는 간절곶이 주는 첫 인상이 강렬했다. 큰 기대 없이 왔다가 횡재한 느낌이 들었다.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을 연상케 하는 풍광은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쉼 없이 밀려왔지만 거칠지 않았다. 어떤 때는 살랑바람이 어떤 때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온 몸으로 바람을 맞는 느낌은 아주 좋았다. 이런 멋진 풍광을 바라보면서 동해바다의 신선하고 깨끗한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느낌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 연이라도 날리며 그야말로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뛰놀며 한바탕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바다 방향으로 넓게 낮은 경사면을 이루고 있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초원이 더욱 넓게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 의자에 앉아 1,2시간 멍을 때리는 호사를 누리고 싶을 정도로 언덕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광이 좋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몸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람의 강도가 세었지만 보통은 시원한 느낌의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왔다. 바다와 가까이 면한 해안도로는 지금은 비상도로로만 사용하고 있는지 차들이 다니지 않아 좋았다.
바람의 언덕을 오르내리고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모든 스트레스는 전부 사라질 듯했다. 광장 같은 언덕이 주는 느낌과 동해 바다가 주는 느낌이 조화를 이루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잔뜩 부풀려주고 있었다. 도심지에 사는 사람들은 좀처럼 보고 느낄 수 없는 시원하게 트인 풍광으로 인해 답답했던 마음이 저절로 풀리고 평소 긴장했던 근육들이 펴지며 마음을 동심으로 요동치게 만들었다.
정중동이라는 표현이 새삼 떠올랐다. 겉은 평온한데 마음속은 신나서 요동쳤다. 바다를 바라볼 때는 마음속의 불길이 잔잔해지는 대신 바다를 향해 무엇이라도 큰 소리를 내고 싶도록 만들었다. 내 의지가 아닌 내 마음속의 자아가 온전히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수 김상희가 불러 유명세를 탔던 울산 큰 애기 가사비가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우뚝했다.
간절곳 소망 우체통, 간절곶 등대
간절곶 너른 초지에 인공의 조형물들을 최소화한 노력이 돋보였다. 너른 초지 우측 편에 커다란 간절곶 소망 우체통이 조각처럼 서서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멋진 사진 배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배달을 해준다고 한다. 1년 전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한다. 매년 연 초에는 해맞이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기에 오히려 한가한 봄, 가을철에 와서 둘러봐야 주변을 세밀히 살필 수 있고 차분한 마음으로 간절곶의 풍광을 제대로 즐기고 만끽 할 수 있을 듯했다.
이제야 처음 찾았지만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온전히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간절곶을 보고 즐길수 있어 좋았다. 간절곶 소망 우체통과 간절곳 표지 석에서 독사진을 찍어 이곳에 온 추억으로 남겼다. 푸른 바다와 푸른 초원의 조화로 인해 간절곶은 마치 천상의 어느 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어떤 인공물도 더 들어서지 않기를 마음속으로 소망했다.
이곳 또 하나의 명물 간절곶 등대는 1920년 3월 처음 불을 밝힌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등대는 2001년 5월에 새로 개축하여 세워졌다고 한다. 외관을 보니 100년 이상지나도 끄덕 없이 등대의 역할을 잘 해줄 듯했다. 1920년 3월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불을 밝히지 않은 적이 없다고 하니 이곳에서 근무 했던 분들의 주인의식이 새삼 돋보였다.
이곳 주변을 다니는 배들의 안전 항해를 도모해야 한다는 사명의식이 대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세워진 등대가 오늘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불을 밝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사람이 하는 일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곳, 간절곶 방문을 강추 드리고 싶다.
(2023.8)
선한 생각을 키워 나가면 어떠한 역경도 비참하고 수치스런 삶으로 그를 떨어뜨리지 못한다
(제임스 앨런, 위대한 생각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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