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3) 442
가야산 칠불봉
서성재에서 만물상 방면으로 300여 m 정도 내려서면 만물상의 위용을 제대로 볼 수 있다.가야산 풍광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고 있으면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풍광을 보여준다. 힘든 보상을 하고도 남을 멋진 경치는 가야산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만물상 코스를 보지 못한 분들은 잠시 시간을 내어 꼭 다녀오시길 권해 드린다.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기쁨을 만끽 할 수 있을 것임을 알려 드린다.
서성재를 조금 지나서부터는 고산다운 풍광이 드러났다.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조망이 연이어 나타났다. 서성재를 기점으로 이전까지의 등산로와는 판이한 능선을 보여주며 가야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짙은 회색빛 바위는 가야산이 아주 오래된 산임을 암시하는 듯 신묘했다. 바위마다 산신령이 한분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했다. 안내 설명문에는 회색빛 바위는 회장암 이라고 했다.
조망이 터진 곳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진초록 주단을 깔아 놓은 듯 거대한 숲의 바다가 펼쳐졌다. 산 정상부에는 하늘을 향해 얼굴을 꼿꼿이 세운 짙은 회색 바위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서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나무와 바위 그리고 하늘이 서로 어울려 멋진 조화를 이루며 가야산의 품격 높은 위용을 자랑했다. 멀지 않은 곳의 칠불봉이 어서들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능선 중간에서 보는 성주와 합천의 들이 안온했다. 누렇게 물들어가는 들판은 추수의 기쁨을 앞 둔 농부의 마음을 설렘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칠불봉으로 이어지는 계단 길은 조금 힘이 들었다. 다소 지루한 계단 길이었지만 중간 계단참에서 바라보는 가야산 일대의 풍광은 힘든 산행의 피로를 한 번에 날려 줄 정도로 좋았다. 장엄한 느낌보다는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했다. 부처의 산으로 알려진 산답게 전체적인 느낌은 장엄함 보다는 아늑하고 편안했다.
칠불봉에 오르자 매우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거셌다. 일망무제의 풍광을 천천히 바라보며 잠시 명상에 잠겨보려는 희망이 사라졌다. 인증 샷을 간신히 찍었다. 호연지기도 대단했다. 1,433m 의 칠불봉이 지닌 기운은 거칠 것이 없었다. 마치 불꽃을 상징하는 봉우리처럼 느껴졌다. 가야산 최고봉인 칠불봉은 정상인 상왕봉보다 3m가 더 높았다. 칠불봉 정상부는 면적이 작아 많은 사람들이 오래 머물 수 없어 아쉬웠다.
칠불봉에서 상왕봉까지는 7분 정도 거리다. 칠불봉에서 빤히 바라다 보이는 상왕봉(우두봉)의 자태가 독특했다.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뭉쳐 한 몸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마치 가야산의 모든 정기를 이곳에 모아 놓은 듯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보아도 소 머리처럼 보이지 않았다. 드론으로 위에서 바라보면 소 머리 형상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일반적인 산의 정상부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요즘 여러모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환경이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인명 피해가 났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났다. 애처롭고 안타까운 사연만이 들려온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한국 사람은 안전 불감증에 가까울 정도로 둔감하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안전을 생활화 하자는 말은 오래전부터 화두처럼 회자되고 있지만 늘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한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기본이 중요하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일상생활의 안전에서 시작하여 전 일터에서 안전은 생명이라는 인식이 몸에 체화 될 때 까지 범 국민운동으로 펼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도 땜질식으로 넘어간다면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일이 도돌이표처럼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새마을 운동처럼 대한민국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자리매김하고 안전 문화 측면에서 한 단계 업 그레이드 되도록 범 국민운동으로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2021.10)
경계가 모호한 것을 분명하게 하려 들지 말라는 것은 경계가 모호한 것 그 자체가 세계의 실상이기 때문이다(최진석, 노자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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