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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구례 6) 585 지리산 화엄사(華嚴寺)

(구례 6)  585

 

지리산 화엄사(華嚴寺)

 

 

장엄한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화엄사는 우리나라 화엄종찰(華嚴宗刹)이다. 불교 대표 경전의 하나인 화엄경의 근본교리를 따라 세워진 사찰이다. 모든 존재가 부처이며 온 세상이 부처임을 가르쳐주는 경전이 곧 화엄경이다. 화엄사상에서는 부처와 중생이 따로 나뉘지 않고 오직 이미 깨달은 부처와 아직 깨닫지 못한 부처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한다. 일반 중생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은 일반 중생에게도 부처의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엄청난 진리가 내포된 것이기에 그냥 건성으로 지나쳐서는 안 될 심오한 사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온 산하가 연두색 잎과 화려한 꽃으로 흥건한 봄 날 화엄사의 천연기념물인 홍매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고흥 팔영산 가는 도중에 시간을 쪼개어 들렀다. 화엄사는 여러 번 다녀간 곳이지만 유독 봄과는 인연이 없었는데 올해 좋은 운이 들어오려는지 때마침 홍매가 활짝 핀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 화엄사 일주문 지나 있는 문화관광 해설사의 집에 들러 해설을 부탁하자 몇 분이며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서울에서 왔다고 하니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별다른 말없이 바로 해설을 자청했다.

 

아주 멀리서 이곳을 찾은 정성을 배려한 듯했다. 얼굴 표정과 말하는 태도의 당당함에서 모처럼 제대로 설명해주는 해설사를 만났다는 기분이 들었다. 해설사 없이 둘러 볼 때는 대체로 유명하다고 알려진 곳만 보고 갔었는데 해설사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중요한 곳을 알려주고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내용까지 설명해주어 무척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중요한 전각마다 거기에 딸린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화엄사를 보다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여기에 오시게 되면 가능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꼭 들어보시길 권해 드린다.

 

대한불교조계종 19 교구 본사인 화엄사는 조계종 내에서는 지리산 대화엄사로 부른다고 한다. 지리산의 거대한 품안에 있고 불교의 핵심사상을 대표하는 사찰이기에 그리 부르고 있는 듯했다. 백제 성왕 22(544)에 인도 스님이신 연기조사께서 창건한 사찰이니 무려 1,500년 가까이 된 오랜 역사를 지녔다. 연기조사가 인도 스님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백제법왕(599)때는 3천여 명이나 되는 스님들이 거주하며 백제 땅에 화엄사상을 꽃피운 대찰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전소하였으나 1630년 벽암 각성 대선사에 의해 여러 전각이 복원된 이후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2024.3)

 

삶이란 항상 하나가 되고 완전해지려는 경향이 있다. 삶이란 어쩔 수 없는 성장과 변화의 과정이다(에리히 프롬,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