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7) 587
화엄사 보제루(普濟樓)





화엄사 핵심공간의 하나인 보제루(普濟樓)가 당당했다. 정면 7칸, 측면 4칸의 큰 건축물로 비례미가 탁월했다. 창문의 형태가 특히 아름다웠다. 한 마디로 잘생겼다. 부처의 법문을 들려주어 많은 사람을 제도하는 법요의식(法要儀式)을 하는 장소이지만 보제루의 역할은 또 하나 있다. 핵심공간을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각황전과 대웅전의 존재감을 부각시켜 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 듯했다. 보제루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화엄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줄 정도로 크지 않을까 했다.
각황전과 대웅전의 규모를 고려하여 보제루의 크기도 정한 듯싶었다. 내 주관적인 판단이므로 그냥 참조 하셨으면 한다. 핵심공간이 있는 앞 마당에 들어서면 두 개의 오층석탑과 화엄사의 상징과도 같은 각황전과 대웅전이 자웅을 겨루는 듯이 서있는 모습이 압권이다. 앞 마당과 단차가 제법나는 높이에 서 있는 두 건축물에게서 뿜어나오는 아우라가 대단했다.
각황전 앞 마당에 자리잡고 화엄사의 핵심공간을 밝혀주던 각황전 앞 석등의 상륜부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의아했다. 아마도 보수차 잠시 외유를 떠난 모양으로 여겨졌으나 상륜부가 사라진 앞 석등으로 인해 거대한 각황전이 제 모습을 잃은 듯 보였다. 각황전과 대웅전 사이에 찬란한 꽃을 피운 홍매화가 두 거대한 건물군 사이에서 홀로 당당했다. 왜소한 체구가 만개한 꽃으로 인해 잠시나마 화엄사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짙은 자주빛 꽃에서 뿜어나오는 매화 향이 주변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짙은 색감과 매화향에 취한 사람들은 홍매에 홀려 정신을 못차리고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오직 사진작가들만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는 각오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화엄사의 가장 중심 건물 중의 하나인 각황전(숙종 28년,1702년 완공)은 2층 7칸으로 된 거대한 건축물이다. 홍매화도 각황전 지을 당시 함께 심었다고 해 각황전과 홍매화는 한 몸인 듯 서로 잘 어울렸다.
(2024.3)
인생은 의미가 없다 이것을 철저하게 알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육체를 중심에 둔 인생에 우선적인 의미를 부여할 때 집착이 생긴다. 집착이 생기면 편견을 갖게되고 편견을 갖게 되면 전체를 볼 수 없게 된다(이승헌, TAO 나를 찾아가는 깨달음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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