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9) 589
화엄사 홍매
화엄사의 핵심공간을 둘러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지만 화엄사의 전각뿐만아니라 배치 등에 적용된 치수(모듈)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만으로도 박사 논문 정도는 거뜬하지 하지 않을까 했다. 사람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안정감과 장중함을 주는 바탕에는 수치의 비밀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했다. 매년 수 많은 사람들이 찾는 화엄사는 오늘은 만개한 화엄사 홍매를 보기 위해 찾은 사람들이 더해져 무척 붐볐으나 시장 장터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사찰의 규모도 크고 홍매를 사진작가들처럼 오랫동안 보는 사람들은 한정되고 대부분 20여 분정도 사진을 찍고 감상하다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100% 만개한 홍매는 아니었지만 오래된 전각들 사이에 핀 홍매는 한마디로 화려했고 애잔했다. 오직 한 그루 활짝 핀 홍매의 고고스러움은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수 많은 홍매를 보아 왔지만 전각들 사이로 홀로 핀 홍매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기는 처음 이었다. 300여 년을 건강한 모습으로 매년 비슷한 시기에 꽃을 피우기 쉽지 않은 법인데 대단했다. 부처의 가피가 느껴졌다. 사진작가들은 전각들 뒤편 홍매가 가장 잘보이는 곳에 진을 치고 오늘 하루 내내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포진 했다. 빛의 변화에 따라 사진에 찍히는 홍매의 표정이 다르기에 아주 사소한 부분에도 무척 민감하게 반응했다. 우리 일행도 동서남북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다.
눈으로 보는 것과 사진은 역시 달랐으나 좋은 구도의 사진 여러 장을 얻어 기분이 좋았다. 검은 색을 품은 홍매는 달리 화엄사 흑매라고도 부른다고 했다. 검은 빛이 나는 홍매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게 홍매는 신비한 빛을 띄었다. 천연기념물로 올해 1월에 지정되었다고 하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느낄 정도로 대단했고 찬란했다. 주지스님이야기로는 근 300 여 년을 매년 3월 중에 피어나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어 경이롭기까지 하다고 한다. 300 여 년을 한 곳에서 생명을 이어오며 자신의 존재를 만 천하에 화려하게 알리면서도 겸손한 자태를 잃지 않았다.
화엄사의 천연 기념물로는 홍매화외에도 의상암 앞 화엄계곡의 대나무 숲 속 급경사지에서 자라고 있는 들매화(野梅)와 화엄사(華嚴寺) 앞을 흐르는 냇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수령 300 여 년의 올벚나무가 있으나 홍매화에 지명도에 밀려 잘 모르는 사람이 많으나 이곳에 오시면 꼭 한 번 함께 살펴보시길 권유 드린다.
(2024.3)
'산행기,여행기,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 1) 591 양동(良洞) 마을 (1) | 2024.12.13 |
---|---|
(구례 10) 590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2) | 2024.11.26 |
(구례 8) 588 화엄사 각황전(覺皇殿), 적멸보궁 (寂滅寶宮) (2) | 2024.11.26 |
(구례 7) 587 화엄사 보제루(普濟樓) (0) | 2024.11.16 |
(구례 7) 586 벽암 각성 대선사(1575-1660) (0) | 2024.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