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14) 641
정취암(淨趣庵) 에필로그




정취암 핵심 공간에 있는 건축물들을 뒤로하고 가장 조망 좋은 전망대에 올랐다. 전망대 가기 전 잠시 뒤를 돌아 바라본 정취암 전각들의 지붕모습이 정겹게 다가왔다. 멀리 산청의 들과 산이 멋진 배경으로 자리 잡아 지붕이 마치 조각 작품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한옥 건축물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졌다. 한옥 건축물은 자연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건축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새겼다. 정취암 전망대가 있는 만월정에서 바라 본 산청일대가 안온했다. 선계가 부럽지 않을 조망이란 이런 것을 지칭하지 않을까 싶었다.
막힘없는 조망이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 주었다. 오만가지 생각으로 들끓었던 머릿속이 갑자기 텅 빈 상태로 서서히 변해갔다. 이런 풍광을 반나절 정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 잡념이 서서히 사라져 텅 빈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민월암에서 보는 일출도 장관이지만 보름달이 뜨는 날의 보름달 감상도 가히 선경에 가깝다고 하니 참고 하셨으면 한다. 높은 산에 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멀리 펼쳐져 있는 들과 산 그리고 강을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이 멈추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자연 풍광만 오롯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을 마비시켜 주는 듯했다.
그런 조망 아니 풍광이 사람으로 하여금 잡생각을 들지 않게 하는 묘한 기능이 있는 듯싶다. 무념무상의 자리에 들어야 비로소 깨달음의 세계에 들어 갈 수 있는 법이기에 대부분의 사찰들이 산 속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 만월정과 전망대에서 바라 본 산청의 들과 산은 한마디로 피안의 세계였고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구도자의 신심을 돋워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최근 선명상이 갑자기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이 앞장을 섰다. 한국불교가 현대인들에게 해야 할 역할을 선명상에서 찾았다. 치열한 경쟁과 대립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한국정치의 실상을 바꾸고 스트레스로 찌든 현대인들에게 건강과 휴식을 찾아주는 최고의 치료제로 자리 매김 하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명상도 선명상의 한 방편이므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실천해 보시길 권해 드린다.
편한 복장으로 가급적 조용한 곳을 선택하여 조용히 앉아 마음을 내려놓고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생각이 멈추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을 조금씩 시간을 늘려 가면 그것으로 족하다. 단 5분 만이라도 오직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것이 명상이고 고급명상으로 가는 기초명상이라고 여기셔도 되지 않을 까 싶다. 명상의 장점은 너무 많으나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생략한다.
(2024.8)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야 한다. 가치 있는 삶은 현재를 사는 삶이다(정혜성,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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