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여행기,수필

(산청 15) 642 지리산 산행

(산청 15)  642

 

지리산 산행

 

 

내게 지리산은 늘 동경의 대상이다. 지리산을 품고 있는 고장을 스쳐가거나 그 부근에 가까이 가는 일이 있으면 마음은 마치 지리산의 속살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기분으로 바뀐다. 가끔씩 함양, 산청 등 지리산 언저리를 여행하게 되는 기회가 주어지면 홀연 천왕봉을 조만간 올라봐야겠다는 생각이 가슴 밑바닥에서 불현 듯 일곤 했다. 지난 8월 여름 휴가차 함양을 찾았을 때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10월 단풍도 볼 겸 89대간 산악회 회원들과 시간을 내었다.

 

두 달 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준비를 마친 후에는 두 달 내내 행복한 마음으로 살았다. 나이는 어느 덧 6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마음은 20대의 풋풋한 청춘으로 되돌아 갔다. 늘 산을 떠올리면 그런 상태가 되는데 큰 자연이 내게 주는 묘한 기대감은 젊은 시절에나 있을 법한 무언가를 향한 동경과 닮았다.

 

거의 10여 년만의 지리산 천왕봉 산행이라는 생각에 함께 한 일행들도 마음이 설레는지 서울에서 백무동까지 가는 차내에서조차 신바람 나는 표정들을 지었다. 일행 중 한 명은 생전 지리산이 처음이라 설렘 반 걱정 반의 표정을 지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모처럼 나들이하는 기분이 되어 모두들 얼굴표정만은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전날 일기예보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고 남쪽 지방은 폭우와 강풍이 예상된다고 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우리 산악회는 매번 산에 갈 때마다 오르고자 하는 산의 산신께서 오는 비도 멈추게 하는 놀라운 경험을 매 번 체험하고 있기에 이번에도 무조건(?) 믿기로 했다. 속으로는 근래 들어 정확성을 높여가고 있는 기상예보에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지리산을 향해 가는 중 간간이 내리는 빗줄기가 불안감을 키웠지만 믿음으로 극복하기로 하고 마음 챙김을 단단히 했다.

 

(2024.10)

 

종교의 본질은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토인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