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15) 644
산행의 정석



중간 중간 위용을 자랑하는 거목들이 지리산을 지키는 수호천사처럼 당당했다. 계곡은 해발 1,000m 되는 곳까지 이어졌다. 1,918m 높이의 봉우리를 품고 있는 산다웠다. 중간 중간 혹시 모를 산악사고를 대비해서 세워 놓은 지팡이 푯말에 표시된 해발 높이 정보가 유익했다.
산행 시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해발을 높여가는 것을 인식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11시 반에 산행을 시작해서인지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고 간혹 하산하는 사람들만 보였다. 대부분 몇몇 일행들을 제와하고는 당일 코스로 천왕봉을 다녀오는 듯했다. 중산리 방면으로 올라 천왕봉을 오른 후 장터목으로 내려오는 모양이었다. 당일로 가능한 산행코스이지만 시간은 7시간 이상 족히 걸리기에 산을 많이 타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무리가 될 수 있는데 하산하는 사람들 얼굴을 보니 전혀 힘든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산하는 팀 중 40대의 여성분들로 이 루어진 일행에게 오늘 산행코스에 대해 물었다. 서울에서 전날 저녁 버스로 내려와 버스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중산리에서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한창 산을 타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거의 무박 에 가까운 산행은 무척 힘이 들어 대부분 꺼리는 편이지만 짧은 시간에 지리산 천왕봉을 다녀 올 수 있다는 매력에 힘든 것을 감내하는 것이다.
산을 타며 느끼는 즐거움보다 완주를 목표로 하는 이런 방식을 선호하다보면 어느 순간 산이 싫어지는 순간이 오기에 주의해야 한다. 처음에는 완주의 기쁨이 크기에 고통을 감내할 수 있지만 습관이 되면 산을 즐기고 산과 친해지기 보다는 정해진 코스를 완주하는 그 자체가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려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제대로 잠을 자지 않고 나름 정해 놓은 시간 내에 코스를 걸어내야 해서 자칫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고 심하면 큰 부상을 당하기도 해 많은 주의를 요한다.
(2024.10)
믿음이 강하다는 사람일수록 배타성도 비례한다는 말은 불완전한 인간의 속성 중의 하나이다(성소은,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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