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19) 646
장터목 대피소 전투식량 식사




운무에 쌓인 장터목 대피소가 등산로와 바로 맞닿아 있어 좋았다. 천왕봉으로 가는 길 입구도 대피소 바로 옆에 있어 산객들에게 아주 편리한 형태로 되어 있었다. 20여 년 전 성삼재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종주 산행 시절의 기억과는 아주 달라 대피소를 그새 새로 옮겨지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기억의 한계가 새삼스러웠다. 대피소 관리자에게 예약자 이름을 말하자 1-10번까지의 번호를 알려주고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 주었다.
배치 받은 대피소 침상이 생각보다 좋았다. 당초 예약인원보다 3명이 적어 넓게 사용할 수 있었다. 비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들과 몇 몇 산객들만이 편하게 대피소를 이용하는 호사(?)를 누렸다. 모두 젖은 옷을 벗고 반바지 차림으로 앉았다. 젖은 옷은 빨래걸이에 널자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수건으로 물을 머금은 부위를 닦아주니 비로소 나아졌다. 내일 아침까지는 마른 옷이 되길 기대하고 일부는 침상에 펼쳤다. 침상은 온돌형식으로 되어 있어 따뜻했다. 밤새 간헐적으로 난방이 들어와 전혀 춥지 않았다. 대피소 밖도 비로 인해 온도는 떨어졌지만 아주 춥지는 않았다. 10도 내외 정도로 느껴졌다.
1시간 정도 침상에 누워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취사장으로 이동해 가져온 전투 식량으로 요기를 했다. 거대한(?) 취사장이 그런대로 깨끗했다. 대피소에서는 먹는 물만 제공하고 쓰레기는 모두 가져온 사람이 가져가도록 운영되고 있었다. 남는 음식을 버리는 잔반통이 있었다. 잔반통이 없도록 하여 사찰에서처럼 남는 음식을 전혀 없도록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잔반통으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일부 취사장으로 넘어 오고 있었고 대피소 너른 마당에 있는 파란색 통들이 잔반통과 똥통으로 구분 없이 펼쳐진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우리일행 들이 대피소에 도착한 이후로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와 2층까지 80% 정도는 찬 것 같았다. 남, 여 구분으로 되어 있었고 여성들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취사장에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뻘 되는 분들이 몇 분 있었는데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전문 산객들이 아니라 잠시 마실 나온 것 같은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산을 우리만큼 좋아하는 사람들인 듯했다. 총무께서 별도로 끓여준 어묵 탕이 일품 이었다. 식사용으로 구입한 전투식량은 맛은 별로였는데 아이디어가 기발했다. 찬물을 부었는데 물이 끓어지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2024.10)
인간의 본성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역사서나 문학서에서 그려진 인물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현대인처럼 보인다. 이것은 우리가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을 때 명심해야 할 사항이기도 하다(에드워드 기번, 로마제국 쇠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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