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청 21) 648
지리산 날다람쥐
6시 반 쯤 일행들도 모두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여 간단히 아침을 들고 천왕봉 등정을 위한 준비를 했다. 모두들 낮선 곳인데도 잠을 잘 잔듯했다. 등산복과 등산화도 얼추 말라있어 산행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지리산의 연봉들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남겼다. 운무가 거치고 태양이 뜨자 거칠 것 없는 지리산다운 조망을 보여주었다. 산 그리메가 아스라했다. 가을 옷으로 막 갈아입기 직전의 지리산의 발가벗은 모습이 황홀했다. 2주후쯤 벌어질 가을 경연을 위해 힘을 축적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다.
계절마다 각 기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산은 어느 때가 가장 좋은지 묻는 인간을 향해 빙그레 웃음만 지을 뿐이다. 큰 자연의 기준은 매일 매일이 창조의 날이고 가장 아름다운 날이다. 인간의 기준은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일 뿐이다. 오늘 내가 큰 자연 속에서 머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고 기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비교에 능한 인간만이 항상 비교하고 우열을 가리고자 할 뿐 자연에게는 우열이 없다.
천왕봉에서 하산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새벽 4시에 산행을 시작한 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내려오는 교차점이 장터목 대피소라는 것이 실감 되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에 맨발로 천왕봉에서 하산한 산객이 있어 호기심에 어디서 오셨나 고 묻자 새벽 4시에 중산리를 출발하여 천왕봉을 등정 후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다. 마른 체격에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하나 없었다. 3시간 만에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거쳐 장터목까지 왔다고 했다. 지리산 날다람쥐가 따로 없었다.
최소 5시간은 걸리는 것이 보통인데 대단했다. 산을 날라 다닌 모양이다 싶었다. 함께한 여자 분도 전혀 지친 모습이 없어 우리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연신 놀라움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속으로 감탄사만을 연발했다. 인천에서 전날 밤 산악회회원들과 버스를 타고 출발 새벽에 도착 후 잠시 눈을 붙인 후 출발했다고 한다. 가져온 전투 식량 하나를 그들에게 건네자 고마워했다. 그들도 잠시 후 자신들이 가져온 떡을 몇 개 우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친절은 또 다른 친절을 부른다는 것이 진실임을 확인 하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보기엔 그들과 함께 한 다른 일행이 이곳까지 오려면 2시간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준족을 자랑하는 맨발 산객의 무사안전 산행을 기원해주었다.
(2024.10)
무슨 일든 내가 선택 했기에 일어나는 것이다(이승헌, 오늘을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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