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19) 650
농월정(弄月停) 1



함양은 말 그대로 물(계곡)과 산이 차고 넘치는 고장이다. 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은 남쪽 남강으로 흘러가고 북쪽으로는 무주구천동으로 이어져 금강으로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함양의 옛 지명은 함성(含城)이었다고 한다. 곧 물을 머금은 고장의 의미가 담겼다. 웅대한 덕유산의 기슭에 있기에 유난히 계곡도 많고 수량도 풍부해 산자수명(山紫水明)의 고장이다. 덕유산을 비롯해 지리산, 황석산, 기백산, 금원산, 백운산 등 1천 미터가 넘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야말로 고산준령(高山峻嶺)의 고장이라고 불러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농월정은 화림동 계곡에서도 단연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 생김새가 꽃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화림동 계곡은 농월정외에도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 이라는 멋진 정자를 함께 품고 있어 여름이면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남 덕유산에서 발원한 산정기 가득품은 감로수가 육십령을 거쳐 함양을 관통하며 흐르는 금천이 만든 계곡이 바로 화림동 계곡이다. 금천을 남계천이라고도 부르는데 정여창 선생을 모신 남계서원의 남계가 남계천의 그것임을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다.(지도상에는 남강으로 표시)
함양에만 무려 150여 개의 정자와 누각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정자와 누각을 지닌 고장이 아닐까 싶었다. 좌 안동, 우 함양이라고 예로부터 불러 온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선비가 그 만큼 많은 고장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안동에 퇴계 이황이 있다면 함양에는 남명 조식과 일두 정여창 선생이 대 유학자이자 큰 선비로서 명성을 날렸다. 각 고장마다 명성 있는 선비와 유학자가 존재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기틀을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농월정이 자리 잡은 위치가 탁월했다. 월연암이라는 너른 반석위에 자리잡고 뒤로는 울창한 송림이 그림 같이 펼쳐진 곳이다. 계곡 폭이 상당했다. 너른 암반과 계류가 서로를 희롱하며 흘러가는 모습은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놓기 좋았다. 원래 있던 정자는 2003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불타 없어져 2015년에 함양군에서 다시 세웠다고 했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어딘가 엉성했다. 큰 돈 들여 제대로 짓기에는 군 예산으로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넘어 갔다.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더라도 고증을 제대로 거치고 예산도 더 투입 해 누가 보더라도 제대로 지은 정자로 탄생 되었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들었다.
(2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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