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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여행기,수필

(산청 16) 643 백무동(白舞洞)에 담긴 뜻

(산청 16)  643

 

백무동(白舞洞)에 담긴 뜻

 

 

흰 안개가 춤을 추는 신선이 사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닌 백무동 마을 입구의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자 비는 멈추고 대신 잔뜩 흐린 날씨가 우리를 맞았다. 차에서 내리자 온 몸으로 느껴지는 신선한 공기가 아주 맑고 달콤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서울에서 3시간 반 만에 지리산 기슭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일행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내게는 비가 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 오늘도 역시 비가 우리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워주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기까지 했다.

 

장터목으로 향하는 들머리까지는 주차장에서 5분 정도 더 걸어야 했다. 정리되지 않은 상점과 집들이 만들어내는 어수선한 분위기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으로 일컫는 지리산의 품격을 떨어뜨려 주고 있었다. 늘 먹고사는 문제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일임을 알면서도 좀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들머리 부근에 국립공원 탐방센터를 새로 신축하고 있어 공사 자재 등으로 부근이 어지러웠다. 대한민국 최고의 국립공원에 걸맞지 않는 공사 현장 주변정리가 아쉬웠다. 공사가 잘 마무리 되고 주변이 하루속히 잘 정리되길 속으로 소망했다.

 

들머리에서 장터목까지 5.8km의 안내 푯말을 보고 시간을 가늠했다. 3시간에서 3시간 반 정도면 충분 할 듯 했으나 중간에 비라도 온다면 좀 더 지체 될 수도 있기에 4시간 정도로 생각하고 입산 전 준비체조를 마치고 천천히 지리산의 깊은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10월 말인데도 올 여름 유난히 찌는 무더위로 인해서인지 아직 산은 여름옷을 입은 채 우리를 맞아 주었다. 가을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전반적으로 여름 산을 오르고 있다는 기분이 산행내내 들었다. 하동바위까지는 그런대로 무난했다.

 

하동바위부터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되자 몸도 긴장모드로 들어갔다. 장터목에서 1박을 해야 하는 관계로 둘러맨 배낭무게가 꽤 나가다보니 평소와는 달리 걷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안되겠다 싶어 25분마다 휴식하는 것으로 해서 가능한 몸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했다. 저녁 6시까지는 대피소에 도착해야 하는 데 시간상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식생상태가 극 상림에 해당하는 지리산답게 숲은 울창했고 계곡의 물도 차고 맑았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에 온 마음을 쏟으니 나와 지리산이 한몸이 된 듯 편해졌다. 부분적으로 이끼계곡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가끔씩 이끼를 온 몸에 두른 계곡의 바위들이 지리산을 한층 푸르고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2024.10)

 

바늘에 실 꿰는 일에도 온 마음을 다하며 사는 일이 기적을 일군다

(성소은, 선방에서 만난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