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여행기,수필

(철원 10) 462 한탄강 주상 절리 길 2

(철원 10) 462

 

한탄강 주상 절리길 2

 

철원 한탄강 주상 절리길 입구는 순담 매표소와 드르니 매표소 두 곳이 있다.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 색다른 설렘을 경험할 수 있다. 한탄강 협곡이 입구 초입부터 펼쳐지는 풍광을 보게되면 누구나 두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창조주의 솜씨로 밖에 볼 수 없는 드라마틱한 풍광이 펼쳐졌다. 마음이 한 껏 고무되었다. 어느 쪽 입구든 비슷했지만 내게는 순담 매표소에서 시작하는 것이 조금 더 낫게 느껴졌다. 매표소 초입부터 펼쳐지는 순담 계곡의 비경은 한탄강에 대한 기존 인식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대단했고 걷는 내내 아름다운 절경을 만끽하다보니 힘든 줄 몰랐다.

 

순담 계곡은 수직, 수평 절리가 잘 발달해 이를 바라보며 걷는 내내 흥미진진했고 신비스러웠다. 청록빛에 가까운 쪽빛 한탄강이 수천 년의 세월을 안고 유장하게 흘러가고 있는 모습은 마치 고생대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느낌이 들었다.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은 이 일대를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나게 했다.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는 강물은 신선이 사는 곳 인양 평화로웠고 파란 하늘과 옅은 흰 구름은 순담 계곡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중간 곳곳에 조성되어 있는 휴게소는 힘들면 잠시 쉬어 가도록 배려했고 특징적인 장소마다 근사한 이름을 지어 이해하기 쉽게 한 점이 좋았다. 한탄강은 예로부터 경사가 급하고 유속이 빨라 하천의 침식작용이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계곡의 변화가 심한 곳이다. 보기에는 유속이 빠른 느낌이 들지 않지만 단차가 나는 곳에 오면 물소리가 크게 들려 유속의 빠름을 인식하게 했다.

 

1억 여 년 전의 화강암이 땅밖으로 드러났다가 그 후 용암분출로 현무암이 덧 씌워진 지형적 특성을 지닌 한탄강은 빠른 유속으로 인한 침식작용이 이루어진 국내 유일의 현무암 침식하천이라고 한다. 1억 여 년의 지질역사를 지닌 한탄강과 철원 일대는 한탄강 지질공원을 이룰 정도로 대단한 곳이다. 지질에 대해서 문외한이지만 지질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인류 진화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만큼 대단하게 여긴다고 한다. 수 백 년도 수천 년도 대단한 데 1억 년 전은 아무리해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구석기 시대가 지금부터 70만 년 전이니 1억 년의 시간은 인류 탄생의 역사만큼이나 아득했다. 주상절리길이 개통되다보니 순수 우리말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다. 드르니는 들르다의 순수 우리말인데 궁예가 왕건의 반란으로 도망칠 때 이곳에 들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발음이 불어 비슷해 불어인 줄 알았었는데 순수 우리말이라고 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성숙해지기 마련이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수 많은 다양한 경험이 쌓이기에 삶의 깊이가 농익은 과일처럼 익어가기 마련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려면 다양한 만남에서 축적된 경험이 마음의 눈금으로 조밀하게 새겨져야 한다. 마음의 눈금은 경험이 선행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음의 눈금이 조밀한 사람은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은 포용력이 클 수밖에 없다. 포용력이 큰 사람을 대인라고 하며 누구나 존경하게 되고 대부분 존경의 대상이 된다.

 

존경 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이 더해질수록 과거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나아진 사람으로 비쳐지고 싶은 것이 나의 소박한 바람이다. 그런 소박한 바람이 내 자아를 부추겨 산과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도록 나를 종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마음에 조밀한 눈금 하나 더 새기고 2023년 새해에는 좀 더 너그럽고 유연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고자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2022.9)

 

 

사회가 움직이며 변화의 방향을 정할 때 그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양창모,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