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4) 446
목우가풍(牧牛家風)
조계종에는 삼보사찰이 있다. 송광사는 승보 종찰이고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신 양산 통도사는 불보 종찰, 팔만대장경의 경판을 모신 합천 해인사는 법보 종찰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 세곳의 사찰은 불교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세 가지 보물을 상징하는 대표사찰이다. 송광사는 선원, 강원, 율원을 모두 갖춘 총림(叢林)으로 1969년에 조계총림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총림으로 지정된 사찰은 총 7개로 송광사를 포함 통도사, 해인사, 수덕사, 동화사, 쌍계사, 범어사가 현재 총림으로 지정되어 한국불교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송광사 리플렛, 송광사 홈페이지 참조)
송광사를 대표하는 또 다른 정신은 ‘목우가풍(牧牛家風)’이라고 했다. 말과 행동을 절제하며 소처럼 묵묵하게 정진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가풍 아니 절풍이 송광사를 움직이는 동력이라고 주지 스님께서 신도들에게 강조 하고 계신다고 한다. 주지 스님께서 강조하신 내용이 우리 한국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 가 했다. 너와 나 구분 없이 일심동체를 이뤄 모든 것을 함께 해 나갈 때 없던 신심도 생기고 얕았던 신심도 깊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의성 고운사 주지스님께서 강조하는 솔선수범의 자세 또한 다르지 않나 싶다. 함께 예불하고 함께 공양하고 함께 울력하며 진심으로 자비심을 베푸는 삶이 일상의 삶이 될 때 그곳이 극락이고 깨침의 자리가 아닌 가 했다.
대가람은 대가람다운 면모를 가져야 비로소 숭상 받을 수 있다. 송광사 주지스님께서 강조하는 목우가풍의 정신으로 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하게 정진 또 정진하는 것만이 한국불교 중흥의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대가람 송광사는 이번에 처음 찾았다. 국내의 수많은 사찰들을 다녔지만 이제야 찾은 것 또한 인연이지 않을까 싶다. 좋은 인연으로 승화시켜 매사에 목우가풍의 자세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조계산의 큰 품과 영험한 기운이 도와준다면 잘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송광사는 볼 것 많은 대 가람이다. 국보를 비롯해 보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 천천히 다 둘러보려면 하루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듯싶다. 문화유산에 천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체 배치와 유명한 전각들을 몇 개 정도 정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송광사가 추구하는 정신과 역사 정도만 알아도 여기 온 보람은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두가지라도 세밀히 살피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템플 스테이를 통해 송광사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본 볼 수 있다. 이곳에 거주하는 스님께 직접 설명을 듣는 기회를 갖는다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사찰에 머물며 자신도 돌아보고 조용한 산사가 내어주는 절대 적막감을 오롯이 체험 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통해서 누가 알겠는가?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신비를 깨닫는 희열의 순간을 맞이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송광사가 품고 있는 조계산도 둘러보고 우리나라 자연과 문화유산의 다양함을 알게되면 인간에 대한 자비심과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불 같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 까 싶다.
고즈넉한 산사에 오면 여행객에겐 맛 집 탐방을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곳 송광사 부근에도 맛 집들이 많다. 그 중 한곳을 추천하면 벌교식당의 소소산식을 권해 드린다. 특정 식당을 소개하는 것은 다른 식당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17,000-25,000원) 1년 에 한 번 오기 힘든 곳에서의 호사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다. 취향이 서로 달라 맛을 평가하는 기준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 드린다. 제철음식을 이곳에서 나는 식재료로 맛보는 즐거움 또한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이 아닐까 한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는 음식이라는 뜻이 담긴 소소산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았다.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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