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15) 463
무섬마을 외나무 다리
무섬마을을 감싸며 흐르고 있는 내성천을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열 지어 물이 거의 없다시피 한 강 위에 놓인 구불구불한 외나무다리 위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신산한 풍경을 연출했다. 연초록 잎을 틔우고 있는 산은 풍성함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물이 줄어든 강은 하늘을 향해 원망의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불구불한 외나무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은 잠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 얼굴에는 잔잔한 웃음과 미소가 흘렀다. 외나무다리 중간 교차 지점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양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도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람은 자연에 머무를 때 넉넉해지고 여유로워진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와 가벼운 눈인사를 서로 교환하며 각 자가 좋아하는 위치에서 자신들만의 자세와 표정으로 오늘 이곳을 찾은 기념으로 사진들을 남기고 있었다. 우리도 함께 동참하여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인스타그램에 있는 사진들과는 비교 할 수 없었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있는 그대로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했다.
사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마을로 진입 가능한 콘크리트 교량이 생기기 전(1983년)까지는 이웃마을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였음에도 폭이 좁아 위험해 보였다. 실제로 다리를 걷다가 물에 빠지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물이 넘치도록 많이 흐를 경우에는 긴 장대가 없으면 건너기 쉬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 사정으로 외부와의 소통은 원활하지 않았을 듯싶었다. 외나무다리는 2곳인 데 하류 방향에 있는 하나는 다른 하나보다 길이가 짧아 긴 다리만 인기가 있는 듯했다.
무섬마을에 오면 외나무다리도 건너봐야 하겠지만 시간을 내어 한옥으로 주로 형성된 마을도 천천히 둘러보고 몇 개의 가옥은 필히 내부도 둘러보고 가야 무섬마을을 다녀갔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외나무다리만 보고 가서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나 다름없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자료도 받아보고 필요하면 해설사분들에게 무섬마을에 대한 해설도 요청하면 금상첨화다. 그래야 무섬마을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무섬마을에 와서 외나무다리와 숨죽이듯 흘러가는 강물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무심해졌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무심함인지 모를 정도로 무심해본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이 무심해지니 요란했던 마음도 조용해졌다. 깨달음이란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상태가 아닌가 싶었다. 무섬마을에 오면 강둑에 잠시 앉아 이런 무심함을 누려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지 않을까 했다.
(2023.4)
탁월한 장수는 자신의 운명을 불확실한 행운에 의지하지 않는다(김상근, 군주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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